나들이 사진 잘 찍는 법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숲에 저녁 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린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몰려가서 소멸했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薄暮) 속으로 불려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에서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저 떠올랐다.” – 김 훈, <칼의 노래> 중

남해안의 봄 날 저녁을 묘사한 대목입니다. 섬이 많은 바다에서는 해 쨍쨍 낮보다 땅거미가 어수룩하게 지는 짧은 저녁이 매력적인 법인가 봅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짧은 시간과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남도 바닷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컷….그런데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한 모습으로 사진을 나오게 하기란 영 쉽지 않습니다. 5월도 어느새 중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봄이 더 무성해져 여름이 오면 나들이도 늘어날 터. 나들이 사진을 후회없이 멋드러지게 찍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출발 전 테마를 정하세요

나들이를 준비하면서 사진 촬영 주제를 생각해 두세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라면 밝고 생생한 표정을 잡아보는데 주력하는 것도 좋지요. 문화유적 답사 여행이라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정밀한 기록을, 연인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시선이 함께 머무는 로맨틱한 풍경과 배경을 주제로 잡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영화를 촬영하듯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고 촬영하고 정리하는 겁니다. ‘그냥 가서 즐기다가 적당히 찍으면 되지 무슨 준비?’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목표의식’ 없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지요. 히딩크 선생님이 한국축구에 대해 일갈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창의적이지 못한 ‘생각하지 않는 축구’는 목표의식이 없기 때문에 생긴다.”

기념 촬영(?)은 이제 그만!!!

카메라 앞에 차렷 자세로 서서 우아한(?) 표정으로 ‘치즈’나 ‘김치’를 외친다고 즐거운 추억이 될까요? 즐거운 나들이 길에는 추억에 남을 만한 포즈를 시도해 보세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창조적으로 다양한 포즈를 연출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 포즈를 잡다 보면 어느새 사진 촬영 자체가 즐거운 추억이 됩니다. 추억은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결정적 순간!!

사진의 재미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절정의 순간’을 정지시켜 뽑아내는데 있습니다.배경과 어우러진 생생한 표정.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합니다. 음… 어렵군요. 이를 위해서는 항상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순간을 놓쳤다고 ‘아차’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정적 순간은 다시 오기 마련이거든요.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온다구요? 그럼 만들면 되죠. 그물을 쳐놓고 물고기를 잡듯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만들어 놓고 그 순간이 오기를 기다려 보다 정 안오면 그 순간을 상상하며 연출해 봐요.

감정에 충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 한 점, 안개 속 풍경, 붉은 노을, 들풀에 맺힌 이슬, 평행선 철로, 광활한 바다와 푸른 파도…. 어느 순간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 갑자기 ‘필’이 꽂힐 때 지체 없이 셔터를 눌러보세요. 기록된 그 순간은 당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되살려줄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감정대로 사진이 기록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디카 테크닉에 대해 알고 있어야죠? 역광, 노출, 플래시 등 조금 찍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이 ‘디카테크닉’ 시리즈에 정리했으니 참조하세요.

단순화하고 부분에 주목

이것 저것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사진 한 장에 담으려 하지 마세요. 사진 한 장에는 하나의 주제만 담아야 단정하고 깔끔한 사진이 됩니다. 사진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사진 찍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것을 나만의 것으로 발견할 때죠. 들풀에 매달린 이슬, 담장의 규칙적인 도형, 석탑에 새겨진 문양…. 전체보다는 부분 부분에 눈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숨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음… 클로즈업 기법으로 촬영할 때가 많으시겠군요.

기록을 많이 하세요

촬영된 피사체의 이름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정보가 나들이의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줍니다. 굳이 수첩을 꺼내 쓰기 싫으시다면 안내지도, 지명, 문패, 이름 등을 한 장씩만 촬영해 두어도 나중에 요긴하게 쓰입니다.

Dr.kchris

Hello, I'm Dr.kchris, a neuroscience researcher. I love studying and trying new things and also love challenging myself. Have a great day! :)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