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PC 시장을 주름잡은 고성능 CPU – 펜티엄(Pent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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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의 부품 중,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PC의 성능 등급, 혹은 세대를 지칭하고자 할 때 해당 PC에 탑재된 CPU의 종류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80286 CPU가 탑재된 PC를 ‘286급 PC’, 80386 CPU가 탑재된 PC를 ‘386급 PC’라고 부르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PC용 CPU의 이름은 80286, 80386과 같이 ‘~86’으로 끝나곤 했다. 이는 미국 인텔(Intel)사가 1978년에 내놓은 ‘8086’이라는 이름의 CPU가 매우 큰 인기를 끈 이후 이를 발전시킨 ‘80286(1982년)’, ‘80386(1985년)’ 등이 연이어 출시되며 CPU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들 인텔 CPU들은 나온 시기에 따라 성능은 차이가 났지만, 내부적으로는 같은 명령어 집합을 사용했기에 프로그램 사용에 있어 상호 호환이 가능했다. 이렇게 동일한 명령어 집합을 사용하는 인텔 CPU는 ‘x86 계열’이라 불리며 PC용 CPU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다(당시엔 이들 CPU를 지칭할 때 앞쪽의 ‘80’을 생략했으며, 단순히 ‘~86’ 앞쪽의 숫자가 높으면 고성능 CPU인 것으로 인식하곤 했다).

 

그런데 인텔의 x86 CPU가 큰 인기를 끌자, AMD나 사이릭스(Cyrix, 현재는 해체) 등의 경쟁사에서 인텔 x86 CPU와 호환되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AMD사의 AM286, AM386 등이었는데, 이들은 인텔 제품과 이름이 유사했기 때문에 두 가지를 같은 제품군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았으며, 가격도 인텔 CPU에 비해 저렴했다.

 

인텔에서는 당연히 이들 제품이 달가울 리가 없었지만, ‘286’, ‘386’ 등의 숫자는 고유 상표명으로 등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호환 제품에 x86의 이름을 적용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었다. 이에 인텔은 80386에 이은 4세대 제품에 ‘i486(인텔의 4번째 x86 CPU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달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인텔의 5세대 CPU, 586이 아닌 ‘펜티엄’의 이름을 달다

i486의 뒤를 잇는 인텔의 5세대 CPU는 1993년에 등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제품에 ‘80586’, 혹은 ‘i586’이라는 이름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텔은 ‘펜티엄(Pentium)’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x86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알려진 상황임에도, 신제품에 x86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은 경쟁사의 호환 제품, 그리고 자사의 기존 세대의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를 하겠다는 인텔의 의지를 나타낸다.

 

펜티엄(Pentium)은 ‘다섯’을 뜻하는 라틴어 ‘Penta’와 ‘인텔’을 뜻하는 ‘i’, 그리고 광물의 이름 뒤에 붙는 ‘~um’을 합성한 것으로, 말하자면 ‘인텔이 다섯 번째로 만든 광물(반도체)’임을 뜻한다. 이전에 사용하던 i486은 1 미크론(micron, 1mm의 1/1000) 간격으로 총 12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지만, 펜티엄은 이보다 미세한 0.8 마이크론 공정을 사용, 총 31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추고 있어 연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클럭(clock: 동작 속도)역시 크게 향상, i486은 16 ~ 133MHz(세부 모델 별로 다름)로 작동했지만, 펜티엄은 60 ~ 300MHz에 이르는 고성능을 발휘했다. 이와 함께, 동일한 클럭에서 이전 CPU보다 더 많은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슈퍼스칼라(super-scalar)’ 구조를 도입하여 처리 효율도 높였다. 그 외에 1996년 이후 출시된 펜티엄에는 멀티미디어 처리 성능을 높인 ‘MMX(MultiMedia eXtension)’ 명령어 기능이 추가되는 등 이전의 x86 CPU와는 차별화된 성능을 발휘했다.

 

 

 

 

더불어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95’ 운영체제의 출시도 펜티엄의 보급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이전에 쓰던 도스(Dos) 운영체제는 문자 기반의 사용자 환경을 제공했기에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무리 없이 쓸 수 있었지만, 윈도우 95는 그래픽 기반의 환경을 채택하여 한층 높은 성능의 PC가 필요했다.

 

이렇게 CPU 자체의 고성능과 제조사인 인텔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 그리고 운영체제의 변화에 따른 시장의 요구에 힘입어 펜티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994년에는 펜티엄이 부동소수점 계산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킨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인텔의 빠른 리콜(recall) 대응 및 시장의 높은 수요 유지로 인해 펜티엄의 인기는 변함이 없이 계속되었다. 당시 ‘펜티엄 PC’는 ‘고성능 PC’의 대명사처럼 불릴 정도였다.

 

변화의 시도, 펜티엄 프로

인텔이 1995년에 출시한 ‘펜티엄 프로(Pro)’는 이전에 출시한 펜티엄과 제품명은 유사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내부의 아키텍처(architecture: 제조 및 내부 처리 구조)로, 이전 펜티엄에서 사용하던 P5 아키텍처보다 발전한 P6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P6 아키텍처는 32비트 명령어의 처리 성능을 극대화한 것으로, 특히 윈도우 NT(워크스테이션 및 서버용 운영체계)와 같은 32비트 운영체제에서 큰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다만 당시 일반 사용자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던 윈도우 95는 32비트와 16비트 명령어를 함께 품고 있었기 때문에, 윈도우 95 환경에서 펜티엄 프로는 오히려 펜티엄보다 낮은 성능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펜티엄 프로는 워크스테이션 및 서버 환경 등의 전문가용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이후에 등장한 인텔 ‘제온(Xeon)’ CPU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런 모양의 CPU도 있나? ‘슬롯형’ 펜티엄 II의 등장

최초 모델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펜티엄’의 브랜드는 후속모델에도 계속 이어졌다. 1997년에 등장한 ‘펜티엄 II’는 펜티엄 프로에 도입된 P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펜티엄 프로에서 지적 받았던 16비트 명령어의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 이와 함께 펜티엄 후기 모델의 MMX 명령어까지 함께 갖춘 것이 특징이다. 0.25미크론 미세 공정을 도입해 총 75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으며, 233 ~ 450MHz의 클럭 속도로 작동했다.

 

펜티엄 II의 출시 1년 후 인텔은 펜티엄 II에 달려있던 512KB의 2차 캐시(cache: CPU 내부의 임시 저장공간)를 완전히 삭제한 보급형 CPU인 ‘셀러론(Celeron)’을 출시했다. 2차 캐시는 CPU 제조 단가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라 이를 제거한 셀러론은 같은 클럭의 펜티엄 II의 절반에 달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었다. 다만 2차 캐시 제거로 인한 전반적인 성능 저하가 의외로 크다는 점이 지적됨에 따라 인텔은 몇 개월 후 128KB의 2차 캐시를 갖춘 셀러론을 출시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후부터 인텔은 고급형 PC에는 펜티엄 시리즈, 보급형 PC에는 셀러론 시리즈를 탑재하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그 외의 펜티엄 II의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CPU 자체의 모양이다. 이전에 쓰이던 CPU는 명함 반쪽만한 정사각형의 반도체 칩 뒤쪽에 촘촘한 간격으로 핀(Pin)을 붙인 형태로, 이를 메인보드(Mainboard: 주 기판)의 CPU 소켓에 삽입하는 소켓(Socket) 방식이었다. 하지만 펜티엄 II는 CPU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카트리지(Cartridge)로 만들어 메인보드 상의 기다란 슬롯(Slot)에 꽂는 형태로 제조됐다. 마치 비디오 게임기의 게임팩을 연상시키는 펜티엄 II의 슬롯형 구조는 후속 모델인 펜티엄 III에도 이어졌으나, 생산 단가가 높고 PC를 소형화 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단점을 지적 받곤 했다. 때문에 펜티엄 III 후기 모델부터는 다시 이전의 소켓 형태로 바뀌었다.

 

변함 없는 인기, 펜티엄 III

1999년에 출시된 펜티엄 III는 펜티엄 II와 마찬가지로 P6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되어 근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전력 구조를 개선하여 저전력 모드로 동작이 가능하며, MMX의 기능을 보강한 SSE(Streaming SIMD Extension)명령어가 추가되어 멀티미디어 성능이 더욱 강화된 점이 주목을 받았다. 펜티엄 II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몇 가지 개선점을 추가한 것 만으로도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몇몇 사용자들의 경우 후속 모델인 펜티엄 4가 나온 이후에도 펜티엄 III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펜티엄 III는 펜티엄 II보다 세밀해진 0.18미크론 공정을 도입, 총 95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췄으며, 450 ~ 1.4GHz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럭의 모델이 차례로 출시되면서 ‘1GHz급 CPU’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참고로, 이 때를 즈음하여 AMD사가 인텔보다 한 발 먼저 1Ghz를 돌파한 ‘애슬론(Athlon)’ CPU를 출시하며 인텔과의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 인텔이 거의 독점하고 있던 CPU 시장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PC의 부품 중,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PC의 성능 등급, 혹은 세대를 지칭하고자 할 때 해당 PC에 탑재된 CPU의 종류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80286 CPU가 탑재된 PC를 ‘286급 PC’, 80386 CPU가 탑재된 PC를 ‘386급 PC’라고 부르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PC용 CPU의 이름은 80286, 80386과 같이 ‘~86’으로 끝나곤 했다. 이는 미국 인텔(Intel)사가 1978년에 내놓은 ‘8086’이라는 이름의 CPU가 매우 큰 인기를 끈 이후 이를 발전시킨 ‘80286(1982년)’, ‘80386(1985년)’ 등이 연이어 출시되며 CPU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들 인텔 CPU들은 나온 시기에 따라 성능은 차이가 났지만, 내부적으로는 같은 명령어 집합을 사용했기에 프로그램 사용에 있어 상호 호환이 가능했다. 이렇게 동일한 명령어 집합을 사용하는 인텔 CPU는 ‘x86 계열’이라 불리며 PC용 CPU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다(당시엔 이들 CPU를 지칭할 때 앞쪽의 ‘80’을 생략했으며, 단순히 ‘~86’ 앞쪽의 숫자가 높으면 고성능 CPU인 것으로 인식하곤 했다).

그런데 인텔의 x86 CPU가 큰 인기를 끌자, AMD나 사이릭스(Cyrix, 현재는 해체) 등의 경쟁사에서 인텔 x86 CPU와 호환되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AMD사의 AM286, AM386 등이었는데, 이들은 인텔 제품과 이름이 유사했기 때문에 두 가지를 같은 제품군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았으며, 가격도 인텔 CPU에 비해 저렴했다.

인텔에서는 당연히 이들 제품이 달가울 리가 없었지만, ‘286’, ‘386’ 등의 숫자는 고유 상표명으로 등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호환 제품에 x86의 이름을 적용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었다. 이에 인텔은 80386에 이은 4세대 제품에 ‘i486(인텔의 4번째 x86 CPU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달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인텔의 5세대 CPU, 586이 아닌 ‘펜티엄’의 이름을 달다

i486의 뒤를 잇는 인텔의 5세대 CPU는 1993년에 등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제품에 ‘80586’, 혹은 ‘i586’이라는 이름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텔은 ‘펜티엄(Pentium)’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x86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알려진 상황임에도, 신제품에 x86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은 경쟁사의 호환 제품, 그리고 자사의 기존 세대의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를 하겠다는 인텔의 의지를 나타낸다.

펜티엄(Pentium)은 ‘다섯’을 뜻하는 라틴어 ‘Penta’와 ‘인텔’을 뜻하는 ‘i’, 그리고 광물의 이름 뒤에 붙는 ‘~um’을 합성한 것으로, 말하자면 ‘인텔이 다섯 번째로 만든 광물(반도체)’임을 뜻한다. 이전에 사용하던 i486은 1 미크론(micron, 1mm의 1/1000) 간격으로 총 12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지만, 펜티엄은 이보다 미세한 0.8 마이크론 공정을 사용, 총 31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추고 있어 연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클럭(clock: 동작 속도)역시 크게 향상, i486은 16 ~ 133MHz(세부 모델 별로 다름)로 작동했지만, 펜티엄은 60 ~ 300MHz에 이르는 고성능을 발휘했다. 이와 함께, 동일한 클럭에서 이전 CPU보다 더 많은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슈퍼스칼라(super-scalar)’ 구조를 도입하여 처리 효율도 높였다. 그 외에 1996년 이후 출시된 펜티엄에는 멀티미디어 처리 성능을 높인 ‘MMX(MultiMedia eXtension)’ 명령어 기능이 추가되는 등 이전의 x86 CPU와는 차별화된 성능을 발휘했다.

더불어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95’ 운영체제의 출시도 펜티엄의 보급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이전에 쓰던 도스(Dos) 운영체제는 문자 기반의 사용자 환경을 제공했기에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무리 없이 쓸 수 있었지만, 윈도우 95는 그래픽 기반의 환경을 채택하여 한층 높은 성능의 PC가 필요했다.

이렇게 CPU 자체의 고성능과 제조사인 인텔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 그리고 운영체제의 변화에 따른 시장의 요구에 힘입어 펜티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994년에는 펜티엄이 부동소수점 계산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킨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인텔의 빠른 리콜(recall) 대응 및 시장의 높은 수요 유지로 인해 펜티엄의 인기는 변함이 없이 계속되었다. 당시 ‘펜티엄 PC’는 ‘고성능 PC’의 대명사처럼 불릴 정도였다.

변화의 시도, 펜티엄 프로

인텔이 1995년에 출시한 ‘펜티엄 프로(Pro)’는 이전에 출시한 펜티엄과 제품명은 유사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내부의 아키텍처(architecture: 제조 및 내부 처리 구조)로, 이전 펜티엄에서 사용하던 P5 아키텍처보다 발전한 P6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P6 아키텍처는 32비트 명령어의 처리 성능을 극대화한 것으로, 특히 윈도우 NT(워크스테이션 및 서버용 운영체계)와 같은 32비트 운영체제에서 큰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다만 당시 일반 사용자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던 윈도우 95는 32비트와 16비트 명령어를 함께 품고 있었기 때문에, 윈도우 95 환경에서 펜티엄 프로는 오히려 펜티엄보다 낮은 성능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펜티엄 프로는 워크스테이션 및 서버 환경 등의 전문가용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이후에 등장한 인텔 ‘제온(Xeon)’ CPU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런 모양의 CPU도 있나? ‘슬롯형’ 펜티엄 II의 등장

최초 모델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펜티엄’의 브랜드는 후속모델에도 계속 이어졌다. 1997년에 등장한 ‘펜티엄 II’는 펜티엄 프로에 도입된 P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펜티엄 프로에서 지적 받았던 16비트 명령어의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 이와 함께 펜티엄 후기 모델의 MMX 명령어까지 함께 갖춘 것이 특징이다. 0.25미크론 미세 공정을 도입해 총 75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으며, 233 ~ 450MHz의 클럭 속도로 작동했다.

펜티엄 II의 출시 1년 후 인텔은 펜티엄 II에 달려있던 512KB의 2차 캐시(cache: CPU 내부의 임시 저장공간)를 완전히 삭제한 보급형 CPU인 ‘셀러론(Celeron)’을 출시했다. 2차 캐시는 CPU 제조 단가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라 이를 제거한 셀러론은 같은 클럭의 펜티엄 II의 절반에 달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었다. 다만 2차 캐시 제거로 인한 전반적인 성능 저하가 의외로 크다는 점이 지적됨에 따라 인텔은 몇 개월 후 128KB의 2차 캐시를 갖춘 셀러론을 출시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후부터 인텔은 고급형 PC에는 펜티엄 시리즈, 보급형 PC에는 셀러론 시리즈를 탑재하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그 외의 펜티엄 II의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CPU 자체의 모양이다. 이전에 쓰이던 CPU는 명함 반쪽만한 정사각형의 반도체 칩 뒤쪽에 촘촘한 간격으로 핀(Pin)을 붙인 형태로, 이를 메인보드(Mainboard: 주 기판)의 CPU 소켓에 삽입하는 소켓(Socket) 방식이었다. 하지만 펜티엄 II는 CPU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카트리지(Cartridge)로 만들어 메인보드 상의 기다란 슬롯(Slot)에 꽂는 형태로 제조됐다. 마치 비디오 게임기의 게임팩을 연상시키는 펜티엄 II의 슬롯형 구조는 후속 모델인 펜티엄 III에도 이어졌으나, 생산 단가가 높고 PC를 소형화 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단점을 지적 받곤 했다. 때문에 펜티엄 III 후기 모델부터는 다시 이전의 소켓 형태로 바뀌었다.

변함 없는 인기, 펜티엄 III

1999년에 출시된 펜티엄 III는 펜티엄 II와 마찬가지로 P6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되어 근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전력 구조를 개선하여 저전력 모드로 동작이 가능하며, MMX의 기능을 보강한 SSE(Streaming SIMD Extension)명령어가 추가되어 멀티미디어 성능이 더욱 강화된 점이 주목을 받았다. 펜티엄 II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몇 가지 개선점을 추가한 것 만으로도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몇몇 사용자들의 경우 후속 모델인 펜티엄 4가 나온 이후에도 펜티엄 III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펜티엄 III는 펜티엄 II보다 세밀해진 0.18미크론 공정을 도입, 총 95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췄으며, 450 ~ 1.4GHz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럭의 모델이 차례로 출시되면서 ‘1GHz급 CPU’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참고로, 이 때를 즈음하여 AMD사가 인텔보다 한 발 먼저 1Ghz를 돌파한 ‘애슬론(Athlon)’ CPU를 출시하며 인텔과의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 인텔이 거의 독점하고 있던 CPU 시장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한 클럭’을 추구한 펜티엄 4

2000년, 인텔은 새로운 CPU인 ‘펜티엄 4’를 출시했다. 펜티엄 4는 초기 모델 기준으로 펜티엄 III와 동일한 0.18 미크론 공정으로 제조되었으나, 집적된 트랜지스터의 수는 4.200만 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이전에 사용하던 P6 아키텍처와 완전히 다른 ‘넷버스트(Netburst)’ 아키텍처를 도입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시기의 CPU 업계는 클럭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경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넷버스트 아키텍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적으로는 거의 무한대까지 클럭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인텔은 매 분기마다 클럭이 갑절 가까이 높아진 펜티엄 4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는데, 2000년에 출시된 펜티엄 4 초기 모델이 400MHz 클럭이었던 반면, 2004년에는 클럭이 3.8GHz(약 3800MHz)에 이르는 모델이 출시될 정도였다.

 

다만 급격한 클럭 향상에 따라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클럭이 높아질 때마다 CPU가 소모하는 전력, 그리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발열 정도 또한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다. 특히 넷버스트 아키텍처의 CPU는 클럭 향상에 따른 체감적인 성능 향상의 정도에 비해 전력 소비 및 발열 상승의 정도가 더 컸다. 그리고 발열이 심해지면 이를 식히기 위해 고속 회전하는 냉각팬을 달아야 하는데, 그로 인한 회전 소음도 펜티엄4의 맹점으로 지적됐다. 때문에 펜티엄 4는 높은 클럭을 얻은 대신 전력 소모가 심하고 뜨거우며, 소음이 시끄러운 CPU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듀얼 코어’의 빛과 그림자, 펜티엄 D

2005년에 출시된 ‘펜티엄 D’는 PC용 CPU 중에 세계 최초로 듀얼 코어(Dual Core, 2개의 코어) 구조를 실현한 제품이다. 코어(Core)는 CPU의 처리 회로 중 핵심 부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듀얼 코어 CPU를 탑재한 PC는 마치 2개의 CPU를 갖춘 것과 비슷한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펜티엄 D는 2개의 코어를 내장한 것 외에 65 나노미터(nano meter: 1mm의 1/1,000,000) 공정을 도입, 총 2억 9천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내장하고 있으며, 클럭 속도는 2.66 ~ 3.2GHz로 펜티엄 4 못지 않게 매우 높다.

 

다만, 펜티엄 D는 펜티엄 4와 동일한 넷버스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펜티엄 4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높은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당시 펜티엄 D와 경쟁하던 AMD의 듀얼 코어 CPU인 ‘애슬론64 X2’는 펜티엄 D에 비해 클럭이 낮으면서 성능은 대등했고, 전력 소모나 발열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에 반사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이유로 줄곧 90% 이상을 차지하던 인텔의 PC용 CPU 시장 점유율이 2005 ~ 2006년 사이에 80% 초반 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축소된 ‘펜티엄’ 브랜드, 하지만 명맥은 이어진다

펜티엄 4와 펜티엄 D가 나오던 시기, 인텔은 여전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긴 했지만 사용자들의 평판은 초대 펜티엄 및 펜티엄 II, 펜티엄 III 시절에 미치지 못했다. 근본적인 변혁의 필요성을 느낀 인텔은 2006년, 이전에 사용하던 넷버스트 아키텍처 대신 ‘코어(Core)’ 아키텍처를 도입한 새로운 듀얼 코어 CPU인 ‘코어2 듀오’를 출시했다. 코어2 듀오는 펜티엄 D에 비해 클럭은 낮았지만 성능은 오히려 우수했고, 전력 소비나 발열 면에서도 훨씬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인텔은 그 여세를 몰아 2008년에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 코어 CPU인 ‘코어2 쿼드’를 출시, 역시 높은 평가를 받으며 CPU 시장의 독보적인 지위를 재확인했다.

 

이후에도 인텔은 2008년 코어 i7, 2009년에 코어 i5와 코어 i3를 출시하는 등 ‘코어’ 브랜드를 계속 주력으로 밀고 나갔다. 다만 코어 시리즈의 성공은 곧 ‘펜티엄’ 브랜드의 퇴장을 의미했다. 긴 생명을 이어오던 펜티엄 4와 펜티엄 D는 2008년을 끝으로 단종됐다. 다만 인텔은 2007년, 코어2 듀오의 일부 기능을 축소시켜 가격을 낮춘 코어2 듀오의 보급형 제품을 ‘펜티엄 듀얼 코어(펜티엄 D와는 다른 제품)’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코어 i3 / i5 / i7 시리즈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2011년 현재 시점에도 ‘펜티엄’은 인텔의 보급형 CPU 브랜드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성능 CPU’로서의 펜티엄은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이 사실이지만, ‘펜티엄’이라는 브랜드의 상징성과 높은 인지도는 여전히 인정 받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비록 옛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고성능 CPU의 대명사로 군림한 ‘펜티엄’이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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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집에서 사용하던 286pc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IT세상을 보면서 이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정말 뒤쳐지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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