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오리, Le Canard enchaine.

촌철살인.
언론의 기사 몇 줄이 저명인사의 이미지나 명예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프랑스 인들은 유머를 사랑한다. 그 속에 그들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높은 나으리들을 아프도록 꼬집는 풍자가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언론의 자유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이런 풍자 만화나 기사가 넘쳐 흐르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
이런 풍자의 단골 손님은 물론 그 사회의 거물급 인사들, 고위 정치인, 거물 기업인, 최고 인기 연예인 등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막강한 힘을 지닌 인사들을 꼬집고 깨무는 데에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정확한 정보에 의한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지 막연한 풍문이나 추측에 의한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경우 그 막강한 힘이 가해 오는 무자비한 보복을 각오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의 위협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또 아무리 사실에 의거했다 하더라도 언론사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깨끗해야 한다. 권력이나 금력과 결탁하여 막후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언론사는 감히 신랄한 풍자나 치명적인 폭로 기사는 다룰 수 없게 된다.

프랑스의 정치가, 고위 공무원, 군 수뇌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을 공포에 떨게 하는 오리 한마리가 있다.
“Le Canard enchaine”(르 카나르 엉쉐네 – 사슬에 묶인 오리) 라는 풍자, 유머 주간 신문으로 누구든 이 오리에 물리면 여지없이 박살이 나고 만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저녁 막 인쇄되어 나온 이 신문을 프랑스 지도층 인사들은 떨리는 손으로 펼치게 된다.

이 신문이 폭로한 스캔들로 정치 생명이 끝난 거물이 한둘이 아니다.

전 프랑스 대통령 지스카르 데스탱은 중앙 아프리카공화국 독재자 보카사로부터 다이아몬드를 뇌물로 받은 사실이 ‘오리’ 에 들켜 결국 재선에 실패.
“GISCARAT”(지스카라) = “GISCARD”(지스카르) + “CARAT”(카라 – 다이아몬드) 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

사업가이자 정치가이며 축구협회 회장이었던 베르나르 타피(BERNARD TAPIE) 는 ‘오리’의 단골 먹이.
95년 당시 폭로할 스캔들이 21세기까지 쌓여있다고..

푸조(Peugeot)자동차 사장 자크 칼베도 ‘오리’에 물려 쫓겨나고 말았다.
– 적자 줄인다고 긴축재정한다며 자기 봉급만 45% 올렸다는 혐의.

‘오리 주둥이 막기’에 집권층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독일군 점령시(1940-1944)에는 당연히 정간되었고.
1973년 프랑스 정보부는 ‘오리’ 편집부에 도청기를 설치했다가 들켰는데 이때 발행 부수는 무려 100만부로 뛰어 오르기도 했다.

매주 40만부(95년 가을 기준) 를 발행하는 이 신문은 험악한 독설 못지않게 프랑스 언론계에서 최고의 봉급수준으로도 유명하다. 95년 가을 기준 최저 450만원에서 1400만원까지 월급수준.

언제나 두들겨 맞으면서도 몰래 이 신문을 빼놓지 않고 읽었다는 샤를 드골.


이 ‘오리’가 2010년으로 창간 95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에 이런 신문이 생겨난다면.. 어땠을까.
아직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잔재가 남아있는지라 아직은 시기상조 인 것 같지만.

안그래도 인터넷의 발달로 별별 언론사-라고 자칭하는- 들이 생겨나고 있는데다가
광고수익 얻으려 홈페이지 히트수 높이려 내용에 관계없이 자극적인 제목만 써대는 우리나라 언론사들 행태를 보면..

정말. 아직 멀고 멀었다.

자료 : 이원복의 조선일보 칼럼.

Dr.k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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